수원집 2

메주콩을 쑤는 옆집

메주콩을 쑤는 옆집 권영상 기온이 점점 떨어진다. 그럴수록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진다. 바깥에 나갈 일도 그만큼씩 점점 줄어든다. 방안에서 미적대다가 9시가 넘어서야 마당에 슬쩍 나가본다. 뜰마당에 하얗게 내린 서리가 아침 햇빛에 다 녹았다. 사철나무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사는 수원집 이쪽 마당 끝에 안 보이던 내걸이솥이 놓였다. 장작불이 저 혼자 활활 탄다. 뭘 끓이는 모양이다. 잠시 만에 그 집 내외분이 나오더니 솥뚜껑을 연다. 하얀 김이 뭉긋 솟는다. 김을 헤치고 내외분이 솥 안을 들여다본다. “뭐 맛난 거 끓이시나 보죠?” 아침 인사삼아 여쭈었다. 그제야 그들 내외분도 나를 보았는지 허리를 편다. “저어!” 수원집 아저씨가 운을 떼어놓고는 곁에 선 아내에게 대답 기회를 넘긴다. “네에. ..

수원집 아저씨의 호의

수원집 아저씨의 호의 권영상 뜰안에 있는 소나무를 베어냈다. 빈 자리가 커 무슨 나무든 한 그루를 심고 싶었다. 살구나무거나 아니면 감나무, 그도 아니면 사과나무.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나무 심을 구덩이를 미리 팠다. 지금 심어도 좋겠지만 겨울 냉해가 좀은 걱정이었다. 심을 자리를 미리 파두면 구덩이에 눈이 내리고 녹고 하는 사이 땅이 물러질 테고, 나무는 생땅이라는 낯설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구덩이를 다 파고 허리를 펴고 일어설 때다. 옆집 수원 아저씨가 자전거를 끌고 나오며 내게 물었다. “혹 심으려고 마음먹은 나무가 있어요?” 내가 머뭇거리자, 자두나무가 산 너머 포도밭에 있는데 자두 맛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을 테니 자두나무 심는 게 어떠냐고 했다. 몇 그루 되니 한 그루 주시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