뽁뽁이 3

메주콩을 쑤는 옆집

메주콩을 쑤는 옆집 권영상 기온이 점점 떨어진다. 그럴수록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진다. 바깥에 나갈 일도 그만큼씩 점점 줄어든다. 방안에서 미적대다가 9시가 넘어서야 마당에 슬쩍 나가본다. 뜰마당에 하얗게 내린 서리가 아침 햇빛에 다 녹았다. 사철나무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사는 수원집 이쪽 마당 끝에 안 보이던 내걸이솥이 놓였다. 장작불이 저 혼자 활활 탄다. 뭘 끓이는 모양이다. 잠시 만에 그 집 내외분이 나오더니 솥뚜껑을 연다. 하얀 김이 뭉긋 솟는다. 김을 헤치고 내외분이 솥 안을 들여다본다. “뭐 맛난 거 끓이시나 보죠?” 아침 인사삼아 여쭈었다. 그제야 그들 내외분도 나를 보았는지 허리를 편다. “저어!” 수원집 아저씨가 운을 떼어놓고는 곁에 선 아내에게 대답 기회를 넘긴다. “네에. ..

창문에 뽁뽁이를 붙이며

창문에 뽁뽁이를 붙이며 권영상 날이 갈수록 기온이 떨어진다. 점심을 먹고 난 뒤, 다락방에 올라가 지난봄에 떼어놓은 뽁뽁이를 찾아 내려왔다. 창문 여러 곳에 붙인 거니까 떼어낼 때 섞이지 않도록 ‘안방 창문’, ‘거실 창문 왼쪽’, ‘거실 창문 오른쪽’ 하는 식으로 쪽지를 써서 끼워 놓았다. 그걸 붙이는 일은 쉽고 간단하다. 유리문에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고 붙이면 끝이다. 맨 처음 재단할 때가 어렵지, 그 후 나는 몇 년 동안 제 짝을 찾아 붙이기만 했다. 다 붙인 뒤 거실바닥에 앉는다. 그거 붙였는데도 집안이 한결 아늑한 느낌이다. 고향에서도 초겨울쯤이면 창호문을 바른다. 마당이 좀 한가할 때를 골라 아버지는 방마다 창호문을 떼신다. 한 해 동안, 비를 가리고 햇볕을 받고 바람을 막아낸 창호문의 창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