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 호박꽃 피다 권영상 비 오는 아침,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호박꽃이 폈다. 호박밭 옆에 토마토 8포기를 심고 지주를 세워 주었는데, 호박순은 그 지주위의 햇빛이 탐나는지 짬만 나면 흘낏거렸다. “에비다! 거긴 네가 오를 자리가 아니야.” 그렇게 타이르며 끌어내리지만 언제 보면 또 넝큼 올라가 있다. 오늘은 아예 그 노란 호박꽃을 피워 들고 있다. 호박꽃은 비 오는 것도 모르고 꽃을 피우고, 무심한 하늘은 호박꽃 피는 것도 모르고 궂은비를 내려 보낸다. 둘 다 나무랄 수 없다. 호박은 먼 가을 누렁호박을 생각하면 우중이어도 꽃을 피워야 하고, 하늘은 또 호박꽃 피는 걸 뻔히 보면서도 우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테니 모르는 척 비를 뿌리고, 호박은 또 모르는 척 꽃을 피우겠다. 토마토 지주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