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나무 2

지갑을 잃어버렸다

지갑을 잃어버렸다 권영상 지갑을 잃어버렸다.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끝낸 뒤에야 알았다. 오후 2시쯤 가을 나들이 겸 차를 몰아 30분 거리에 있는 고찰에 갔었다. 지난해에도 갔었지만 그 절의 불타는 듯한 단풍과 잘 단장해 놓은 가을꽃 풍치가 그리웠다. 무엇보다 그 댁 부처님과 주렁주렁 달려 있을 감나무 감들이 눈에 선했다. 노란 은행나무 길 끝의 일주문을 들어서고, 천왕문을 들어서고, 가벼이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을 뵙고, 절마당 벤치에 앉아 이울어가는 가을 소풍을 즐겼다. 그때 가을꽃 곁에 앉아 꽃들과 놀았는데 그 사이 바지 뒷주머니에 넣은 지갑이 빠져 나간 모양이었다. “절에다 지갑을 떨어뜨리고 온 것 같아.” 나는 결국 아내에게 그 말을 했다. “걱정 말어. 절에서 잃어버렸으니 부처님이 잘 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