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 3

꽃씨 온상을 만들며

꽃씨 온상을 만들며 권영상 쯔박쯔박쯔박쯔박! 모과나무에 날아온 박새가 요란하게 운다. 목소리가 또렷하면서도 울음이 길다. 조금 전에 안성으로 내려왔다. 적막이 도는 시골 뜰안에 난데없이 박새 소리라니! 마치 어느 낯선 별에 도착한 듯 신비한 느낌이다. 보통 때는 쯔박쯔박, 두 박자씩 끊어 우는데 지금은 아니다. 연속적으로 운다. 울음소리에서 뭔가 막 다가오는 임박함과 다급함이 묻어난다. 가까이 밀려들어오는 봄 탓인 듯하다. 박새 마음이 바빠진 것 같다. 머지않아 짝을 만나고,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새끼 칠 일을 생각하는 모양이다. 바깥 기둥에 달아놓은 온도계를 본다. 영상 16도다. 박새를 따라 나도 괜히 마음이 바빠진다. 이맘쯤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꽃씨 온상이다. 꽃씨 온상을 하는 김에 내처 그..

멋을 아는 동네 새들

멋을 아는 동네 새들 권영상 가끔 뜰 마당에 박새가 놀러온다. 내가 혼자 안성에 내려와 우두커니 사는 사정을 박새가 모를 리 없다. 오늘도 동무삼아 나를 찾아와 내가 사는 뜰을 노크한다. 쪼빗쪼빗쪼빗! 나는 가만 일어나 창밖을 내다본다. 한창 꽃 피는 뜰앞 배롱나무 가지에 와 앉았다. 집안을 향해 나를 부르듯 노래한다. 언제 들어도 목청이 또랑또랑하다. 첫눈 내릴 무렵이라든가 가을비 내릴 무렵에 듣는 목청은 왠지 내 마음을 울적하게 한다. 박새 목소리엔 묘한 감정이 스며있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목소리가 무르익어 제법 멋을 부린다. 목소리 끝을 길게 끌어올린다거나 똑똑 끊는 멋을 낸다. 뜰을 환하게 밝히는 배롱나무 고운 꽃 탓이겠다. 목청도 그렇지만 의복 또한 반듯하다. 쓰고 온 모자도 반듯하거니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