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2

27년만의 나들이 – 자유로움에서 풀잎 웃음까지

27년만의 나들이 – 자유로움에서 풀잎 웃음까지 권영상 (시인, 전 한국동시문학회회장) 장혜선 시인이 첫동시집을 낸다는 말을 아내로부터 들었을 때 나도 그 일에 뭔가 도움을 드려야겠구나, 했지요. 장혜선 시인은 제 아내와 아주 오랜 절친이며, 저의 대학 후배이며, 또 동시라는 장르를 함께 하는 동업자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제가 동시를 먼저 쓴 까닭에 ‘축하나 격려의 말씀’ 정도는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근데 보내온 동시집 원고를 받아보고 생각을 고쳐먹었지요. 첫동시집인데 결코 첫동시집 같지 않은, 생각이 깊은 시들로 가득해 뭔가 시를 정리해 드려야겠구나 싶어 시 해설을 쓰기로 했습니다. 장시인은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등단하였지요. 그 후 작품 발표가 없어 능력을 인정받아 보는 걸로 ..

문학비평 2022.01.02

무지개 사라진 자리

무지개 사라진 자리 권영상 내일쯤 감자를 캐려고 안성에 내려왔다. 비어 있는 뒷집이 선뜻 눈에 들어왔다. 2년 전, 평택에 직장을 둔 젊은이가 새로 집을 지어왔었다. 마흔 줄의 나이였지만 미혼이었다. 주말이면 늘 모형비행기 가방을 메고 집을 나갔다. 그럴 때에도 나를 보면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꼭 했다. 나 말고 이야기할 상대가 없었다. 그는 외로워서였을까. 고양이와 살았다. 누가 왔나 싶게 고양이랑 두런두런 이야기 했고, 고양이는 젊은이가 출근하면 사람보다 더 외롭게 울었다. 그러던 그가 집을 팔고 가버렸다. 아직 들어올 사람이 없는지 빈집이다. 있을 때는 몰랐는데 떠나고 난 그의 빈집을 보니 마음 한켠이 허전하다. 특별히 잘 해준 건 없지만 잘해 주려고 했다. 감자를 캐거나 호박을 따 건네면 얼굴이 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