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시나무 2

감을 따다

감을 따다 권영상 “감 따러 갑시다.” 아침 설거지를 끝내자, 아내가 커다란 바구니를 집어 들었다. 나도 하던 일을 놓고 장대가 아니라 전지가위를 집어 들었다. 뜰마당 감나무에 감이 익은지 오래다. 감은 서리가 내리기 전부터 붉었지만 따는 걸 미루어왔다. 아내는 후딱 따는 것보다 오래 두고 보자, 주의였다. 그 말에 나도 동감이다. 감나무의 멋은 감잎 떨어진 뒤 가지마다 붉은 감이 매달려 있는 풍경이다. 우리가 처음 감나무를 심은 것도 감이 열린 늦가을 풍경이 그리워서였다. 나는 바구니를 든 아내와 문을 열고 나섰다. 감은 정확히는 단감이다. 심은 지 4년 됐다. 8년 전, 나는 매실나무와 모과나무를 심었고, 그 이듬해에 대추나무를 심었다. 그러니까 감나무는 그 썩 뒤에 심은 편이다. 늦은 가을 긴 장대..

어린 대봉시나무를 심으며

어린 대봉시나무를 심으며 권영상 안성으로 가는 길에 나무시장에 들렀다. 지난해 겨울, 뜰안 소나무 없앤 자리가 비어있다. 나무가 비면 빈 채로 그냥 두고 보는 것도 좋다. 나무가 있을 때 못 보던, 그 너머의 세상을 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그렇기는 해도 울타리 바깥과 안의 경계가 사라져 허전하다. “그 자리에 대봉시나무 심어요.” 아내가 요지부동 못하게 대봉시나무로 못을 박았다. 대봉시가 붉게 익어가는 뜰안의 가을 풍경은 보기에도 좋다. 빨간 감잎 단풍도 좋지만 주렁주렁 익어가는 감을 볼 때면 아, 가을이다! 하는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기왕 심을 거면 큰 나무로 심자는 거다. 우리도 점점 나이 먹어 가는데 어린 나무를 심어 언제 감을 먹겠냐는 그 말엔 나도 동감이었다. 솔직히 10년 20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