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4

벌써

벌써 권영상 달력을 보다 ‘세상에 벌써?’ 하고 놀란다. 벌써 2월 6일이다. 2월 달력을 넘긴지 얼마 됐다고 벌써 2월의 둘째 주 월요일이다. 놀랄 일은 그것만이 아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며 카톡 보내던 일이 엊그젠데, 벌써 2월에 와 있다. 나만 그런가. 내게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건가. 나는 탁상 달력을 집어 들고 지나간 1월을 도로 넘겨본다. 새해맞이가 있었고, 설이 있었고, 신년모임이 두 번, 그리고 백수를 넘긴 이모님이 돌아가셨다. 하는 일없이 놀거나 여유를 부린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지나간 시간을 허송세월한 것처럼 아쉬워한다. 아니 무슨 죄나 저지른 것처럼 참회한다. 깊은 밤, 잠에서 깨어 조용히 창밖을 내다볼 때가 있다. 광활한 하늘에 떠 있는 별을 올려다 보면 알 수 없는 ..

수탉이 짊어진 운명

수탉이 짊어진 운명 권영상 새벽 4시. 그 무렵 나는 잠에서 깬다. 11시에 잠자리에 들건 자정에 들건 자다가 눈을 뜨면 어김없이 4시다. 이 일을 못마땅해 하지는 않는다. 몸 어느 한 부분의 나사가 풀렸거나 기름칠이 안 돼 그러거니 하며 편하게 받아들인다. 책 한 줄을 읽으려고 책을 펴는데 난데없이 수탉 우는 소리가 들린다. 몇 해를 여기서 살아왔지만 이처럼 가까이서 새벽 닭 우는 소리는 처음이다. 가만히 새겨들으려니 길 건너 파란 지붕집 닭이다. 그러나 잠깐! 그 집에 어린 닭이 있는 건 알지만 새벽에 마을을 향해 울어 젖힐 만한 수탉은 없다. 장날에 나가 수탉이라도 사온 건가. 그러다가 고개를 저었다. 암탉이면 모를까 수탉을 사올 리는 없다. 문득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그 집 어린 닭들이 커서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