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나갔다 권영상 어제다. 아파트 관리소에서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안전검사와 보완공사로 오늘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정전이라는 내용이었다. 그건 며칠 전부터 엘리베이터 게시판에서 보아왔다. 그때만 해도 아, 그런 모양이구나 하고 말았다. 근데 오늘, 아침 산행을 마치고 9시쯤 돌아와 보니 사람들이 아파트를 떠나고 있고, 엘리베이터는 멈추어 있었다. 계단을 걸어 오르는 내게 정전의 현실감이 느껴졌다.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가려던 곳을 떠올렸으나 막상 가려니 이것저것 걸리는 게 많았다. 식사나 하려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나의 바깥 세상과 관계해 보려는 생각을 버렸다. 그리고 가을이 들어서고 있는 오늘 하루를 차분히 생각했다. 떠오르는 곳이 있었다. 거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