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2

김장하는 날

김장하는 날 권영상 토요일 오전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아내가 없다. -언니 집에 김장 도와주러 가요. 식탁 위에 아내의 메모가 있다. 처형님 댁은 집에서 멀지 않다. 길 건너면 5분 거리다. 며느리들이 특별히 나를 위해 좋은 수육을 만든다고, 점심 먹으러 꼭 오라는 말도 며칠 전에 들었다. 김장하는 일에 별 도움을 드리지 못하면서도 애들처럼 끼어들고 싶다. 지난해에도 김장하는 날, 점심 먹으러 갔었다. 처형님의 두 아들 내외가 왔었고, 코로나 문제도 있었지만 처형님 친구 두 분도 와 있었다. 우리는 서로 김장이라는 것을 사이에 두고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었고 함께 일했다. 한분은 그리 멀지 않은 과천에 사시고, 또 한 분은 처형님이 다니시는 직장 동료인데 목동에 사신다고 했다. 김장이 끝날 무렵 우리는 ..

성탄 무렵에 받은 호박 선물

성탄 무렵에 받은 호박 선물 권영상 “두보한테 갈 거야!” 아내가 현관문을 나서려고 나를 불렀다. 나는 대충 옷을 챙겨입고 거실로 나갔다. 아내는 현관 앞에 묵직해 보이는 가방을 세워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걸 들고 마당에 나가 아내의 차에 실어주고 물러섰다. 금방 오겠다면서 아내가 차를 몰고 정문 밖으로 사라졌다. 나는 돌아섰다. 날씨가 춥다. 올해처럼 이렇게 갑작스럽게 눈과 추위가 몰려오는 해도 드물다. 작년 겨울이 비교적 푸근했고, 또 너도나도 온난화 타령이었으니 올 겨울도 그리 춥지 않으려니 했는데 초입부터 사람을 몰아세운다. 아내가 만나려는 두보는 아주 오래 전, 아내가 가르친 초등학교 제자다. 우연한 기회에 만났고, 지금껏 서로 연락하며 가까이 지낸다. 두보의 시를 좋아해 이름대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