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 3

하루가 금방 갔다

하루가 금방 갔다 권영상 하루가 갔다. 사과나무에 매달려 그네를 타고 놀던 하루가 갔다. 그걸 알고 다들 푸념섞인 말을 했다. 하루가 금방 갔다고. 그들 중 누군가가 물었다. 어디로 가더냐고. 하루가 보통 동쪽에서 오니까 갈 때는 아마 서쪽으로 난 작은 길로 갔을 거라고 말했다. 친구들을 보내고 하루가 갔을 고욤나무 서쪽 길로 달려가 보았다. 떠나는 게 싫은지 저쪽 길모퉁이에 하루의 그림자가 머뭇거리고 있었다. 2022년 여름호

고향 뒤뜰의 방솔나무

고향 뒤뜰의 방솔나무 권영상 누구나 변해버린 고향을 보며 허전해 한 경험이 한 번씩은 있겠다. 나도 그렇다. 그 좋던 고향의 소나무 숲속 마을은 아파트촌에 밀려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늪이며 둠벙이며 고갯길도 다 사라졌다. 보리가 자라던 들판도 번화한 거리가 되었다. 그런 중에도 그 옛적 그 자리를 아직도 지키고 있는 것이 있다. 방솔나무다. 마을 뒤뜰 넓은 보리밭 너머, 호수와 맞닿은 언저리에 서 있는 북방을 알려주는 소나무가 그 방솔나무다. 벌판에 홀로 선 독립수다. 아이들 서넛이 둘러서서 팔을 벌려도 못 잴 만큼 컸다. 키도 컸다. 어른 키의 열 곱절은 되고도 남을 높이였다. 뭐 이렇다 하게 놀거리가 없던 어린 우리들은 걸핏하면 방솔나무를 찾았다. 그걸 알고 어른들이 거기에 그네를 매어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