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금방 갔다 하루가 금방 갔다 권영상 하루가 갔다. 사과나무에 매달려 그네를 타고 놀던 하루가 갔다. 그걸 알고 다들 푸념섞인 말을 했다. 하루가 금방 갔다고. 그들 중 누군가가 물었다. 어디로 가더냐고. 하루가 보통 동쪽에서 오니까 갈 때는 아마 서쪽으로 난 작은 길로 갔을 거라고 말했다. 친구들을 보내고 하루가 갔을 고욤나무 서쪽 길로 달려가 보았다. 떠나는 게 싫은지 저쪽 길모퉁이에 하루의 그림자가 머뭇거리고 있었다. 2022년 여름호 내동시 참깨동시 2022.04.05
고향 뒤뜰의 방솔나무 고향 뒤뜰의 방솔나무 권영상 누구나 변해버린 고향을 보며 허전해 한 경험이 한 번씩은 있겠다. 나도 그렇다. 그 좋던 고향의 소나무 숲속 마을은 아파트촌에 밀려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늪이며 둠벙이며 고갯길도 다 사라졌다. 보리가 자라던 들판도 번화한 거리가 되었다. 그런 중에도 그 옛적 그 자리를 아직도 지키고 있는 것이 있다. 방솔나무다. 마을 뒤뜰 넓은 보리밭 너머, 호수와 맞닿은 언저리에 서 있는 북방을 알려주는 소나무가 그 방솔나무다. 벌판에 홀로 선 독립수다. 아이들 서넛이 둘러서서 팔을 벌려도 못 잴 만큼 컸다. 키도 컸다. 어른 키의 열 곱절은 되고도 남을 높이였다. 뭐 이렇다 하게 놀거리가 없던 어린 우리들은 걸핏하면 방솔나무를 찾았다. 그걸 알고 어른들이 거기에 그네를 매어주었..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20.09.12
그네가 다 망가졌다 그네가 다 망가졌다 권영상 아파트 놀이터에 그네가 있다. 평일이면 가끔 그네를 타러 놀이터로 내려간다. 그네는 어른인 내가 타도 튼튼하다. 둥그런 쇠파이프 기둥에 그네줄도 쇠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조용한 오후 그네에 앉아 빈둥거리면 좋다. 그네는 나만 타냐면 아니다. 아이들은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6.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