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2

감을 따다

감을 따다 권영상 “감 따러 갑시다.” 아침 설거지를 끝내자, 아내가 커다란 바구니를 집어 들었다. 나도 하던 일을 놓고 장대가 아니라 전지가위를 집어 들었다. 뜰마당 감나무에 감이 익은지 오래다. 감은 서리가 내리기 전부터 붉었지만 따는 걸 미루어왔다. 아내는 후딱 따는 것보다 오래 두고 보자, 주의였다. 그 말에 나도 동감이다. 감나무의 멋은 감잎 떨어진 뒤 가지마다 붉은 감이 매달려 있는 풍경이다. 우리가 처음 감나무를 심은 것도 감이 열린 늦가을 풍경이 그리워서였다. 나는 바구니를 든 아내와 문을 열고 나섰다. 감은 정확히는 단감이다. 심은 지 4년 됐다. 8년 전, 나는 매실나무와 모과나무를 심었고, 그 이듬해에 대추나무를 심었다. 그러니까 감나무는 그 썩 뒤에 심은 편이다. 늦은 가을 긴 장대..

쑥버무리떡의 풍미

쑥버무리떡의 풍미 권영상 그때 아내는 툭하면 나를 데리고 쑥 캐러나가려고 했다. 나는 벼라별 핑계를 다 댔지만 추운 바람을 맞으며 쑥 캔 날짜가 적잖다. 캐 온 것으로 쑥국도 만들고, 덕어서 쑥차도 만들었다. 그 후, 봄은 한정없이 저절로 깊어갔다. 모란이 피고 졌고, 창포가 푸르게 피어선 속절없이 졌다. 지금은 함박꽃이 피려 피려 하는 중이다. “저녁에 쑥버무리떡 해 볼 거야.” 인터넷을 뒤지고, 유튜브를 뒤지던 아내가 이것저것 준비에 들어갔다. “당신은 대충 다듬은 이 쑥을 씻어주면 좋겠어.” 아내가 냉동실에 넣어둔 쑥을 내 앞에 내밀었다. 나는 군말없이 그걸 받아들고 마당 수돗가로 나갔다. 커다란 대야에 쑥을 담아 수돗물을 튼다. 쑥이 그때 그 논두렁에서 캐던 싱싱한 쑥으로 파랗게 되살아난다. 다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