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욤나무 2

감잎 가을 선물

감잎 가을 선물 권영상 아내가 참여한 미술전이 끝났다. 작품을 회수해 온 아내가 선물이라며 전시작품 도록을 내밀었다. 전시장이 코앞인 데도 못 가봤다. 예상치 못한 독감에 걸렸다. 날마다 아침에는 8시에 산에 오르고, 밤에는 9시에 걷기 길에 올라 한 시간을 걷는다. 딴엔 그걸 커다란 운동이라 믿어선지 병원에 안 가고 지금 닷새를 버티고 있는 중이다. “잘 찾아봐. 당신에게 줄 가을 선물을 숨겨놨어!” 그제야 나는 책갈피에 삐죽 나온 가을 빛깔을 쏙 잡아당겼다. 빨갛게 익은 감잎 두 장이 나왔다. 순간 예술의 전당 마당에 서 있는 감나무들이 떠올랐고, 이 감잎은 그들의 가을 분신임을 알았다. 들여다 볼수록 가을이 곱다. 감잎을 만져보는 손끝이 촉촉하다. 가을물이 손끝에 묻어날 것만 같다. 감잎이 만들어내..

하루가 금방 갔다

하루가 금방 갔다 권영상 하루가 갔다. 사과나무에 매달려 그네를 타고 놀던 하루가 갔다. 그걸 알고 다들 푸념섞인 말을 했다. 하루가 금방 갔다고. 그들 중 누군가가 물었다. 어디로 가더냐고. 하루가 보통 동쪽에서 오니까 갈 때는 아마 서쪽으로 난 작은 길로 갔을 거라고 말했다. 친구들을 보내고 하루가 갔을 고욤나무 서쪽 길로 달려가 보았다. 떠나는 게 싫은지 저쪽 길모퉁이에 하루의 그림자가 머뭇거리고 있었다. 2022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