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초대장 2

주례 없는 결혼식의 부담

주례 없는 결혼식의 부담 권영상 휴대폰으로 결혼식 초대장이 날아왔다. 그것도 같은 날 두 건이다. 첫 예식은 12시이고, 두번 째 예식은 교대역이 가까운 곳으로 오후 2시 30분이다. 적혀있는 계좌번호로 축의금만 보내고 말까 하다가 나중을 생각하여 일어섰다. 부랴부랴 시간에 맞추어 식장에 들어섰다. 이제는 내남없이 하는 주례 없는 결혼식이다. 양가 아버지가 나와 축사 겸 인생 선배로서의 살아나갈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될 때를 생각하여 은근히 귀를 기울였다. 신부의 아버지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읽은 뒤 세상을 정직하게만 살기는 어렵겠지만 하늘을 우러러 크게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어 점잖아 보이는 신랑 아버지가 나왔다. 그는 밤새 고민..

2월에 만나는 올똘댁 할머니

2월에 만나는 올똘댁 할머니 권영상 코로나19가 힘을 잃어가자, 결혼식 초대장이 심심찮게 날아온다. 오늘은 조카의 딸 혼사가 있는 날이다. 다행히 혹한을 이어가던 날씨가 풀렸다. 예식을 마치고 바깥에 나오니 예식장의 넓은 뜰이 봄처럼 뽀얗다. 나는 고향 분들을 배웅하려고 그분들이 타고 올라온 전세버스로 향했다. 고향을 떠나온 지 40여년. 버스 곁에 서 있는 나를 보고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준서 삼촌이시죠?” 중년의 중후한 남자가 내 앞에 와 인사를 했다. 머뭇거리는 내게 그가 대뜸 말했다. “저, 자름집 막네이입니다.” 그는 자신의 고향집 택호를 얼른 댔다. 그제야 나는 ‘아, 자름댁!’ 하며 반겼다. 그 순간 그 옛날 자름댁 어른이신,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중년의 남자의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