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황 2

기다림이 끝나는 신호

기다림이 끝나는 신호 권영상 아침에 일어나면 텃밭 생강두둑부터 나가본다. 농사일이 힘들다 해도 생강 순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일만큼 힘들까. 아침저녁으로 물을 충분히 주지만 아직도 그들은 감감무소식이다. 강황 심은 두둑 역시 그렇다. 생강과 강황은 지난 4월 19일에 심었다. 심은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이들의 늦은 출현이 잔인하다. 성장하기 좋은 계절을 외면하고 두 달씩이나 컴컴한 땅속에 머물러 있다. 남쪽 아열대가 그들의 고향이라 해도 우리나라 5월과 6월 기온도 그리 만만치 않다. 지난해에도 그들을 기다리는데 봄을 다 바쳤다. 그때에도 새순이 나오는 데 50여일이 걸렸다. 그때는 처음이라 이들 두둑을 파헤쳐 보고 싶은 유혹을 수시로 느꼈다. 식탁에 올라오는 생강이며 강황에 이런 기다림이 숨어있음을..

강황을 저며 말리다

강황을 저며 말리다 권영상 마루에 김장매트를 깔고 햇볕에 말릴 걸 내온다. 해마다 조금씩 심어온 생강과 기껏 네 개밖에 못 딴 모과와 올해 지인의 권유로 처음 심어본 강황이다. 집의 안이 동향이다 보니 구름 없는 아침이면 햇빛이 좋다. 그 볕이 아까워 해가 들기 무섭게 둥그런 매트를 펴고 그 위에 널고 말리고 걷어들이는 일을 한다. 그게 내 몫이다. 생강과 모과는 얇게 저며 말려 보았지만 강황은 처음이다. 처음인 만큼 그 빛이 새삼 놀랍고 예쁘다. 지난해 겨울이 들어설 때쯤 아내의 친구가 참 좋더라며 강황 알뿌리 십여 개를 보내왔다. 카레가루를 만든다는 그것은 손가락만치씩 작지만 꼭 토란을 닮았다. 생강을 심을 때, 그러니까 4월 중순 그 무렵, 강황도 심었다. 모양은 토란이지만 그게 올라와 잎을 피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