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여름방학 숙제 권영상 아이와 아빠가 숲길을 걸어온다. 아이는 한 손에 매미채를, 또 한 손에 채집통을 들고 있고, 아빠는 길옆 나무들을 살핀다. 아이의 여름방학 숙제를 도와주러 나온 모양이다. “없잖아. 매미.” 아빠를 잔뜩 믿고 따라 나온 아이가 실망하는 투다. “있을 거야.” 아빠는 연신 나무 둥치를 눈으로 훑으며 천천히 내 곁을 지나간다. 그들이 그렇게 살금살금 숲길을 따라가는 걸 보고 나는 씩 웃으며 돌아섰다. 그 옛날 우리들의 여름방학 숙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에도 지금처럼 곤충채집 숙제가 있었다. 시골에 살던 우리는 아빠와 함께 숲길에 나가는 게 아니라 순전히 혼자 나갔다.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들 살기 바쁜 때였으니 자식에 마음 쓸 여유가 없었다. 매미채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