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다 2

가을바다에서 만난 서퍼

가을바다에서 만난 서퍼 권영상 아내와 강릉행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선지 세 시간. 세 시간 이동 끝에 친지의 혼사가 있는 예식장에서 고향 벗들을 만났다.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오랜 단절 이후의 안부를 서로 물었다. 웃고 담소하고 악수하는 이 기쁨도 오늘 내가 용기를 내어 내려오지 않았으면 못 누릴 일이다. 예식이 끝나자, 아내와 나는 강릉에서 그리 멀지 않은 조용한 사천 해안을 찾았다. 대관령에서 내려다보이던, 끝도 없이 파랗게 펼쳐진 낯익은 바다가 우리는 맞는다. 하늘 역시 바다처럼 푸르다. 휴대폰 카메라에 들어오는 바다와 하늘이 코발트빛이다. 그러나 해안은 아니다. 바다가 해안에서부터 파도로 돌변하여 끊임없이 밀려온다. 거칠다. 마치 한 떼의 배고픈 들짐승들의 질주처럼 일시에 하얗게 소리치며 몰려와서는 ..

가을바다를 보러가다

가을바다를 보러가다 권영상 “가을 바다가 보고 싶다.” 내가 말했다. 해 놓고 보니 내 말에 갑갑함이 묻어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오랜 억압과 고립이 나를 힘겹게 한다. 관계가 점점 사라지면서 내가 점점 작아지는 듯 하다. 바다 앞에 서면 좀 살겠어! 나는 다시 소리쳤고, 말은 않지만 아내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차를 몰아 동쪽으로 동쪽으로 달렸다. 사는 동안 바다가 그리울 때가 가끔 있었다. 나는 바다가 가까운 농가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런 까닭에 툭하면 바다에 나갔다. 바닷가 모랫벌에서 바닷가 마을 아이들과 뛰고 놀고, 씨름하고, 바다를 향해 조개를 던지고, 멀리 지나는 배를 향해 손을 흔들거나 알 수도 없는 불만으로 소리지르곤 했다. 풍랑이 일면 산더미 같이 몰려오는 파도와 마주 서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