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시 참깨동시

달력을 넘기며

권영상 2014. 12. 4. 13:08

 

 

 

달력을 넘기며

권영상

 

 

 

지나간 달을 넘기고

새 달을 받는다.

 

이 아침

나는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서른 개의

깨끗한 날을 받는다.

 

달걀 한 바구니처럼

굵고 소중한 선물.

 

어미닭이 달걀을 품듯

서른 개의 날들이

서른 개의 꿈으로 깨어나게 될 일을

곰곰 생각한다.

 

 

 

 

 

아빠 같은 나

권영상

 

 

아빠가 마시다 둔

물그릇 속을 들여다 본다.

 

거기

누가 있다.

눈이 보인다.

넓적한 앞니 두 대가 얼핏 보인다.

 

아빠 같기도 하고

아빠 같다고 생각하는

나 같기도 하다.

 

아빠가 지나간 자리마다

아빠는 아빠 같은 나를

언뜻언뜻 남겨놓는다.

 

 

 

 

병아리 한 놈

권영상

 

 

톡톡톡

달걀 속에서 소리가 난다.

 

아무도 그 안에 들어가는 걸

본 적 없는데

누군가 그 안에서 문을 두드린다.

 

달걀을 품고 있는 암탉도

지금 이 소리를 듣고 있을 테지.

 

탁탁탁!드디어 문을 열고

노란 빛 한 덩이가 걸어나온다.

 

언제 들어갔을까.

병아리 한 놈.

 

 

<동시마중>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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