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오나 봐줘
권영상
순아가
나무 뒤에 숨어 오줌을 누면서
날 보고 그랬지.
누가 오나 봐줘.
눈에 불을 켜고
나는 사방을 살폈지.
누가 오나 하고.
따스한 손
권영상
오래된
안동김씨 옛집.
그 집 뜰마당에서
마루로 올라가는 곳에 놓인
디딤돌 하나.
디딤돌을 딛고 오르며
나는 보았지.
나처럼 한 걸음에 오르지 못하는
그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돌 하나를 놓을 줄 아는
예전, 어느 목수의
따스한 손을.
낮은데서
권영상
엎드려 책을 읽는
내 코 앞에 누가 바짝 다가와 있다.
머리카락 한 올이다.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
길다랗게 엎드려
나를 빤히 본다.
책위에 턱을 얹고
나도 빤히 머리카락을 본다.
호오, 분다.
뭐가 그리 좋은지
그만한 일에 달싹달싹 춤을 춘다.
(2015년 문학세대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