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젤로가 사라졌다 17회 - 우륵

권영상 2024. 11. 18. 17:48

(월요 이야기동시 연재)

 

 

 

야기 바다에 빠지다

 

13. 우륵

 

열두 빛깔의 가야금

 

 

대가야국 가실왕은

가실가실 음악을 사랑했다.

가실왕은 여러 음이 어우러져 하나의 곡을 완성해 내는

음악의 신비한 힘을 믿었다.

그것은 가야 소국들끼리 서로 치고 싸우는 힘을

하나로 모아내고 싶은

가실왕의 뜻이기도 했다.

왕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12줄 가야금을

손수 만들었다.

12 줄은 12 나라로 나뉘어진 가야 소국이며

12 줄은 가야 소국들이 지닌 서로 다른 12빛깔 음이었다.

‘우륵을 만나러 가리라.’

왕은 성열현에 살고 있다는 우륵을 만나기 위해

가야금을 품어 안고 출발 채비를 했다.

 

 

가야금 12줄로 새로운 곡을 만들려면 뛰어난 악공

우륵의 손을 거쳐야 했다.

왕은 멀리 우륵을 찾아가 우륵을 만났다.

“그대가 이 악기에 맞는 ‘가야금 12곡’을 만들어 주시구려.”
왕은 정중하게 부탁했다.

“부족한 제가 어찌!”
우륵이 머뭇거렸다.

“흩어져 서로 싸우는 12 가야 소국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싶다오. 내가 아닌

싸움에 지친 백성들을 위해 이 청을 받아주시오.”
왕이 재차 정중히 부탁했다.

“미약하나마 그 뜻을 받들겠나이다.”

왕의 청을 우륵이 받아들였다.

 

 

드디어 가야금 12곡을 완성하다

 

 

우륵은 가야금 12곡을 만들기 위해

길을 나섰다.

12 가야 소국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노래들을 받아 적기 위해서였다.

꽃이 피고 지고, 열매가 열고 익고, 가을물이 불고 줄고

눈보라 바람에 날리고 그치던 그 어느 뒷날

우륵은 드디어 12곡을 완성했다.

상 가라도, 하 가라도, 보기, 사자기, 이사, 달기, 사물, 물혜, 상 기물, 하 기물

등이다,

가실왕은 한걸음에

우륵을 찾아가 우륵이 연주하는 가야금 12곡을 친히 감상했다.

곡은 구름이 산을 만나 비가 되고

그 비는 기슭을 타고 내려

골짝골짝 급하게 모이거나

살구꽃 피는 마을을 굽이굽이 휘감아 돌거나

유유히 흘러 바다에 이르는 듯, 빠르거나 느리거나 경쾌하거나 잔잔했다.

 

 

“한데 모여 대해로 나아가는 물의 힘을 느꼈소. 그대의 노고를

높이 치하하오.”

왕은 연이어 즐거워 했다.

“이 곡을 듣는 가야국 사람들이라면

이웃 신라와 백제가 싸움을 걸어온다 해도 대적하여 크게 이기리라 믿을 것이오.”

왕의 얼굴은 기쁨에 가득차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일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법.

이웃 신라는 점점 힘이 강성해졌고

싸움에 지친 가야는 점점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우륵은 그의 제자 이문과 깊은 낭성에 숨어들어

가야금 연주와 노래와 춤을 발전시켜 나갔다.

 

 

궁중 음악이 되다

 

 

우륵이 만든 가야금 12곡은 국경을 넘어

신라 진흥왕도 감동시켰다.

“모셔오고 싶도다.”
나라가 점점 강성해지자

진흥왕은 전쟁에 지친 백성들 마음을 다독이고 싶었다.

하루도 전쟁이 없는 날이 없었다.

싸워 이기지 않으면

나라가 영영 사라지는 시대였다.

가야국도 끝없는 전쟁으로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

결국 이웃나라 신라에 기대어야 할 형편이 되었다.

“가야의 시대는 끝났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

“나라를 들어 신라에 바친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돌고 있나이다.”

저자에서 돌아온 어른들은 쉬쉬 하며 그런 말을 했다.

 

 

우륵은 제자 이문과 함께

그리고 수 많은 가야국 사람들과 함께 국경을 넘어가 신라에 귀화했다.

“어서 오세요.”

진흥왕은 우륵을 반가이 맞았다.

그리고 음악에 전념할 터전을 국원(지금의 충주)에 마련해 주었다.

또한 우륵의 음악을 배우도록

계고와 법지, 만덕 세 사람을 보냈다.

우륵은 그들의 능력에 맞게

계고에겐 가야금을, 법지에겐 노래를, 만덕에겐 춤을 가르쳤다.

신라 음악은 나날이 발전하였으며

마침내 가야금 곡을 궁중 음악으로 선포하였다.

이 모두 천재적인 음악가 우륵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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