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권영상
세계가
3일만 쉰다면
하늘은 목욕을 마친 얼굴처럼 맑아지겠다.
먼 산은 성큼 다가오고
달아난 별들은 밤하늘로 돌아오겠다.
자동차 바퀴에 밟힌 고들빼기는
다시 일어설 테고
공장 굴뚝은 노란 장미꽃을 피워낼지 몰라.
세계가
단 3일만 손을 놓는다면
북극곰은 마을로 찾아와
썩은 생선을 주워먹지 않을 테고,
아마존 밀림의 나무들은
또 죄없이 베어져 지구를 울리며 쓰러지지 않을 테다.
세계가 3일만 쉰다면
아빠는 너무 심심한 나머지 잠 자는 내 얼굴을
기분좋게 들여다 볼 테고,
나는 엄마가 좋아하는 시 한 편을 골라
멋있게 읽어줄지도 몰라.
쪼꼬만 바이러스가
잃어버린 하늘을 되찾아주었는데
달복아, 우리라고 못할 게 뭐겠어.
3일이 아니라 1년인들.
연희문학창작촌 웹진 <비유> 29호, 2020년 2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