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시 참깨동시

코로나 19

권영상 2020. 5. 6. 21:53




코로나 19

 권영상

 

 

세계가

3일만 쉰다면

하늘은 목욕을 마친 얼굴처럼 맑아지겠다.

먼 산은 성큼 다가오고

달아난 별들은 밤하늘로 돌아오겠다.

 

자동차 바퀴에 밟힌 고들빼기는

다시 일어설 테고

공장 굴뚝은 노란 장미꽃을 피워낼지 몰라.

 

세계가

3일만 손을 놓는다면

북극곰은 마을로 찾아와

썩은 생선을 주워먹지 않을 테고,

아마존 밀림의 나무들은

또 죄없이 베어져 지구를 울리며 쓰러지지 않을 테다.

 

세계가 3일만 쉰다면

아빠는 너무 심심한 나머지 잠 자는 내 얼굴을

기분좋게 들여다 볼 테고,

나는 엄마가 좋아하는 시 한 편을 골라

멋있게 읽어줄지도 몰라.

 

쪼꼬만 바이러스가

잃어버린 하늘을 되찾아주었는데

달복아, 우리라고 못할 게 뭐겠어.

3일이 아니라 1년인들.

 

  

연희문학창작촌 웹진 <비유> 29호, 2020년 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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