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에비
권영상
명주실파람에 매달려
나리는 은에비.
느릅나무 숲에 숨어 우는
때까치 을음보다
더 가벼운
은에비에
뒤뜰 장독대에서 보던
하늘이 묻어온다.
발그랗게
뒤 뜨락 가득
석류가 익을 적에
구름을 벗던
푸른 하늘이
어깰 감추며 온다.
요 작은 것으로도
남몰래 남몰래
하늘은 내려오는가 보다.
*은에비 - 강릉지방에서 쓰는 빗말. 가랑비보다 더 가는 비
동시집 <햇살에서 나오는 아이들> 1985년 아동문예사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