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권영상 해질 무렵이다. 아내가 좀 나와 보라며 방에 있는 나를 부른다. 나가보니 아내가 뒷베란다 창문을 열고 서 있다. 아내 얼굴이 붉다. 나는 금세 아내가 불러낸 까닭을 알아챈다. 저녁노을이다. 아내가 그걸 혼자 보기 아까워 나를 불러냈다. 나도 아내 곁에 선다. 내 앞에 펼쳐지는 일몰을 보며 나도 모르게 아! 하고 소리친다. 지금은 하루가 기울어가는 일몰의 시간이다. 서쪽 하늘에서부터 이쪽 머리 위로 넓고도 길게 노을이 번지고 있다. 그리고 그 하늘 아래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건물들이 붉은 노을빛에 잠기고 있다. 우리는 나란히 4층 창가에 서서 이 장엄한 일몰의 풍경을 바라본다. 우리라고 하지만 우리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버스에서, 퇴근을 서두르는 창가에서, 유리벽 엘리베이터에서, 가로수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