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

3월 봄바다

3월 봄바다 권영상 이른 아침 느닷없이 휴대폰이 울었다. 서훈이었다. “선생님, 봄바다 보러 내려오세요.” 갑작스런 전화에 나는 좀 망설였다. 그가 있다는 순긋 해변은 고향 인근 바다지만 서울서 3시간 거리다. 나는 급한 대로 알았다며 일단 전화를 끊었다. 먼 거리인데도 내가 흔들린 건 ‘봄바다’라는 말 때문인 듯 했다. 봄바다도 봄바다이지만 내가 내려가겠다고 한 것은 그가 내 오랜 제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오랫동안 교직에 있었다. 그 어느 무렵 그는 우리반 학생이었고, 대학을 다닐 때나 군에 가 있을 때나 디자인 공부를 하러 외국에 나가 있을 때도 그는 나와 오랫동안 편지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그가 한 때 직장을 그만 둘 때도 그는 나의 조언을 듣겠다며 나를 찾아왔었다. 그때가 벚꽃이 만개할 ..

한 해를 마무리 하며

한 해를 마무리 하며 권영상 점심을 먹고 창문을 연다. 오늘따라 길 건너편 범우리산의 까치집들이 또렷이 보인다. 산이라지만 산들과 뚝 떨어진, 바다로 말하자면 섬 같은 조그마한 산이 범우리산이다. 주로 참나무들이 모여산다. 잎이 무성할 땐 몰랐었는데 잎 다 지니, 품고 살던 까치집이 또렷이 드러난다. 모두 세 채다. 덩그러니 크다. 밤이면 그 산에 부엉이가 와 운다. 처음엔 혼자 듣는 부엉이 소리가 무서웠다. 그러나 지금은 자다가도 창문을 빠끔 열어두어 숲에서 우는 부엉이 소리를 듣는다. 잠이 안 올 때나 생각이 자꾸 깊어질 때 그때 울어주는 부엉이소리는 반갑다. 눈 내리는 새벽 추위에 최씨 아저씨네 소가 움머, 움머, 목이 쉴 정도로 울 때도, 싸늘한 하늘에 달이 혼자 외로울 때도 부엉이는 동행하듯 그..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시간 권영상 집으로 돌아가는 오후 6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코로나 탓인지 승객은 셋. 춘천버스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산 구비를 돌 때마다 저물어가는 시각 때문인지 속력을 낸다. 먼 산등성이 위의 하늘은 석양으로 붉지만 산 아래 마을엔 서서히 어둠이 깃든다. 어느 마을인지 푸른 연기 한 줄기가 길게 솟는다. 모르기는 해도 어느 농가의 마당에 떨어진 낙엽을 모아 태우거나 짚부스러기를 태우고 있겠다. 차창 너머, 먼 곳의 연기를 바라보는데도 내 코가 반응한다. 낙엽 연기의 알싸함을 느낀다. 코가 매운 듯이 벌름거린다. 오랫동안 살아오며 느끼는 후각 경험이다. 낙엽을 태우고 있는 불 곁엔 지금쯤 농가의 어느 아버지가 갈퀴를 들고 서 있겠다. 저녁 먹으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불을 두고 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