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의 산행 권영상 “비 내리는 한여름에 등산은 무슨!” 여름 산행을 위해 배낭을 꾸리는 나를 보면 아내는 늘 그랬다. 서울이 맑다고 설악산도 맑을까. 이 말은 내 산행을 가로막으려는 아내의 논리다. 그래도 나는 또 뭔 배짱이 있어 한번 간다면 가고 만다. “비 내리는 날의 산도 산이잖아. 덥지도 않고.” 나는 그쯤 말로 아내를 달래고 집을 나선다. 여름 등산은 당연히 비 아니면 쨍이다. 쨍한 날의 등산은 쨍해 좋지만 비 오늘 날의 등산은 또 나름대로 쨍한 날에 경험하는 못하는 기쁨이 있다.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나도 오랫동안 가급적 쨍한 날을 가려 산행을 해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겪는 게 있다.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인제 용대리나 양양 오색에 도착하고 보면 비를 만나기 일쑤다.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