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화 4

점심에는 감자를 먹다

점심에는 감자를 먹다 권영상 비가 뜸한 사이로 감자 한 이랑을 캤다. 그중에 몇 알을 골라 점심엔 감자를 먹기로 했다. 감자를 씻으러 수돗가에 나가는 사이, 그새를 못 참고 비 온다. 굵은 비다. 수돗물을 틀어놓고 안에 들어가 우산을 쓰고 나왔다. 서쪽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이 검다. 금방 그칠 비가 아니다. 수돗가 머위 밭에 여태 눈에 들어오지 않던 봉숭아꽃이 비 맞으며 핀다. 지난해 피는 걸 그냥 두었더니 익은 꽃씨가 화살처럼 튕겨져 나가 여기저기 올라왔다. 머위가 성장을 멈추는 사이 봉숭아가 훤칠하게 컸고, 꽃도 가득 피웠다. 분홍이다. 추억이 많은 꽃이라 그런지 볼수록 참하다. 그리고 볼수록 정이 간다. 턱과 어깨 사이에 우산을 끼고 앉아 감자를 씻는다. 금방 캔 햇감자라 손만 대어도 껍질이 벗겨..

세상에나 만상에나

세상에나 만상에나 권영상 채송화 꽃 핀다. 채송화 피기 시작하면 여름이지. 누가 여름의 손이 억세다고 했을까. 억세기는커녕 예쁘기만 하다. 여름이 채송화 꽃 피워내는 걸 보면 알지. 그 손길이 얼마나 고운지. 세상에나 만상에나 빨강도 빨강도 그런 빨강 꽃잎 누구도 못 만들지. 세상에나 만상에나 하양도 하양도 그런 하양 꽃잎 누구도 못 만들지. 우리 채송화 꽃 보러 갈래? 그 말 맞는지 틀리는지. 2020년 연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