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갑자기 시간 부자가 됐다 권영상 모임에 나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아내의 바깥 볼일에 맞추어 함께 나오다 보니 그만 좀 일찍 나왔다. 기껏 아파트 정문에서 서로 헤어질 걸 가지고 20여분이나 당겨 나왔다. 시간을 들여다볼수록 좀 아쉽다. 혼자 전철역을 향해 터덜터덜 걸었다. 갑자기 얻은 이 많은 시간 때문에 늘 지나치던 길갓집 장미 앞에 서 본다. 흔히 보는 빨간 줄장미가 아니다. 분홍색, 해당화꽃 모양의, 낯설지만 예쁜 장미꽃이다. 다가가 코를 내어 향기를 맡아본다. 곱다. 이름이 궁금해 사진을 찍어 ‘모야모’에 보냈더니 시애스타라 한다. 지중해 연안이 고향인, 꽃말이 정오인 낮잠이다. 모르는 길고양이 한 놈이 내 발아래에 다가와 나를 쳐다본다. 야옹! 말을 걸어본다. 나를 데려다 줄 것처럼 앞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