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 2

내 몸에 찍힌 추억

내 몸에 찍힌 추억권영상   아내가 안성으로 내려오는 날이라 수박을 한 덩이 사두었다.냉장고에 쏙 넣을 수 있는, 둘이 먹기에 마침맞은 조고마한 수박이 마트에 따로 있었다. 예쁘게 생긴 그놈을 잘 씻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아내가 내려올 시간을 기다린다.서울 집 근처에 있는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면 백암까지 한 시간이다.진천행 버스는 길옆 정류장에 사람을 내려놓고는 이내 가는 버릇이 있다. 누구나 그렇듯 버스가 떠나고 난 자리에 혼자 서 있는 느낌은 외롭다. 그걸 생각해 개울 둑길에 차를 세워놓고, 정류장 표지 기둥에 기대어 서서 아내를 기다린다.  묘한 게 인생이다.30대 초반, 그때의 신혼 생활도 오늘 같았다. 그때 나는 동해시에 있는 묵호읍에서 직장생활을 했고, 아내는 성남시에 직장을 두고 있었다. 청..

그때는 왜 몰랐을까

그때는 왜 몰랐을까 권영상 내일 모레면 작은형님 기일이다. 돌아가신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주기가 돌아온다. 그때 작은형님이 입원한 병원은 동해가 내려가 보이는 언덕에 있었다.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고 그 주 토요일 차를 몰아 내려갔다. 가을이었다. 병원 뜰엔 마타리가 노랗게 피어있었고, 소나무 숲 사이로 가을바다가 파랗게 눈에 들어왔다. 찾아가 뵌 작은형님은 옆구리에 의료 기구를 차고 있었다. 나는 병원 측의 허락을 받아 형님과 함께 바닷가 마을로 내려가 형님이 좋아하는 생선회를 시키고 마주 앉았다. 형님과 여유있는 시간을 가져보기는 우리 인생에서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작은형님지만 나이 차이가 있다. 작은형님 아래로는 누님이 세 분, 그 다음으로 내가 막내이다 보니 무려 16년이라는 시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