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숲길에 나와 서서 권영상 뜻밖에 첫눈이 내린다. 좀 전까지만 해도 하늘이 파랗고 해도 좋았는데, 마치 일기예보와 짜고 치듯 눈 내린다. 11월에 내리는 첫눈치고 예사 눈이 아니다. 나는 우산을 쓰고 아파트 후문을 나선다. 느티나무숲 느티나무들이 첫눈에 휩싸이고 있다. 눈은 오후 2시부터 내린다 했고, 적설량은 1센티미터라 했다. 그 말에 나는 ‘1센티나 내린대!’ 하며 코웃음 쳤다. 첫눈이 내리면 얼마나 내린다고 적설량 타령일까 했다. 그러나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나는 적잖이 놀란다. 느티나무 숲은 떨어진 느팃잎으로 수북하다. 그 위로 눈이 내린다. 눈 아래 잠들고 있는 낙엽들은 모두 지난봄과 여름과 가을이 만들어놓은 고단한 잔해들이다. 봄이 왔을 때 느티나무들은 숲을 연둣빛으로 환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