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뭉게 가을이 타오르다 권영상 창문을 열고 낙엽 지는 뜰을 내다보고 있을 때다. 길 건너 고추밭 주인 장씨 아저씨가 모아놓은 고춧대에 불을 붙인다. 푸른 연기가 뭉게뭉게 빈 아침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 날을 위해 장씨 아저씨는 800평이 넘는 고추밭 고춧대를 산더미 같이 여기저기 쌓아놓고 말렸다. 고춧단을 들출 때마다 연기가 물씬,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마치 연기로 만든 거대한 하늘기둥 같다. 아, 아니다.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콩나무 기둥이다. 고추 농사가 올해 별로였던 장씨 아저씨 심경이 어쩌면 잭과 같을지 모른다. 저 연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거인의 성에 쌓아둔 금돈 한 자루를 둘러메고 내려오든가 아니면 황금알을 낳는 암탉이라도 한 마리 붙잡아 내려오고 싶겠다. 장씨 아저씨네 고추 농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