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차 2

마당을 하나 가지고 싶다

마당을 하나 가지고 싶다 권영상 이른 아침에 출근을 할 때면 아파트를 보살펴 주는 분들이 마당을 쓴다. 집 밖을 나와 처음 만나는 분들이다. 안녕하세요? 나는 그분들에게 깍듯이 인사를 한다. 그분들도 비를 들고 잠시 내 인사를 받는다. 어렸을 땐 나도 매일 아침, 마당을 쓸었다. 아버지가 식전에 전답을 둘러보러 가시면 그 사이 나는 마당을 쓸었다. 손 위로 누님이 있었지만 어머니는 한결같이 내게 그 일을 시키셨다. 아침 마당을 여는 사람이 사내 아들이어야 한다는 게 어머니 지론이셨다. 농사를 짓는 농가의 마당이란 게 굉장히 크다. 보리든 벼든 콩이든 들깨든 모두 마당에 들여와 기계로 털었다. 그러니 마당은 집이 깔고 앉은 자리보다 더 컸다. 장마가 끝나면 마당은 상처투성이다. 마당이 험하면 타작이 어렵기..

아버지의 새벽밥

아버지의 새벽밥 권영상 잠자리에서 눈을 떴다. 긴장해 그런지 원하던 시간대에 깨어났다. 시계를 본다. 새벽 5시다. 오늘은 남해안에 닿아있는 조그마한 도시에서 치루어야 할 볼일이 있다. 가는 데만도 다섯 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다. 약속시간에 대려면 6시쯤 집을 나서야 한다. 아내를 깨우지 않고 조용히 나가려 했는데 벌써 새벽밥을 준비하고 있다. 5시인데도 늦가을이라 그런지 바깥이 칠흑처럼 컴컴하다. 간밤 기상예보에 날씨가 올해 들어 가장 춥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거실이며 방바닥이 차다. 식탁에 앉아 아내가 차린 따뜻한 새벽밥을 먹으려니 새삼 그 옛날, 아버지의 새벽밥이 떠오른다. 오늘도 그때처럼 새벽 하늘에 삼태가 떠 있겠다. 늦가을 동녘 하늘에 똑똑하게 보이는 세 별. 그 별이 삼태, 삼태성이다. 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