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데를 바라보는 일 권영상 다락방은 정말이지 별 용도 없이 지어진 것 같다. 여름엔 너무 덥다. 그런 반면 겨울은 너무 춥다. 가뜩이나 다락방으로 연결된 온수 배관 파이프가 어느 추운 해 동파되는 바람에 아예 그 지점을 절단해 버렸다. 그러니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추워서 다락방에 올라가지 않는다. 암만 생각해도 다락방은 별로 쓸모가 없다. 이 다락방을 왜 만들었는지 이 집을 지은 목수를 한때 탓했다, 그런데 가끔 다락방 발코니에 나가 먼 곳을 바라보면서 비로소 그 까닭을 조금씩 알아간다. 눈앞에 드러나는 논벌과 그 논벌 끝 비스듬한 산 언덕, 4월이면 복숭아꽃으로 붉게 물드는 그 산 언덕 과수원. 여기서 3킬로미터는 되겠다. 과수원 너머엔 첩첩이 산이고, 그 어느 먼 산엔 파란색 물류센터가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