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가리의 빛나는 여행 권영상 바람이 분다. 처마 끝에 매달아 둔 풍경이 쟁그랑거린다. 봄바람이다. 바람은 들판의 추위가 설핏 풀리면서 시작됐다. 멀리 거제도로 여행을 간 친구는 그쪽의 봄을 찍어 보냈다. 이쪽에선 꼼짝 않는 매화꽃이 그쪽에선 한창이다. 사람은 매화꽃 사진으로 봄을 알지만 대지는 이미 봄을 느끼고 있다. 생명 활동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는 뜻이다. 하던 일을 놓고 창밖을 내다본다. 바람이 여기저기로 몰려다닌다. 그 바람 속에 반짝이며 둥둥 떠다니는 것들이 보인다. 은실 깃털들이다. 창을 열고 내다보니 집 남쪽 모퉁이에서 바람을 타고 몰려나온다. 점심 끝에 무 한 덩이를 꺼내려고 텃밭 무 구덩이에 나가며 보니 마루 틈 사이에, 으아리 마른 덩굴에 그 반짝이던 은빛 깃털들이 걸려있다. 놀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