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발자국 비 오는 날의 발자국 권영상 시멘트 길 위에 찍어놓고 간 누군가의 발자국. 그 발자국에 가을 빗물이 고인다. 발자국을 두고 간 그 사람은 어디 살고 있을까. 지금 그의 양말이 고요히 빗물에 젖고 있을지 모르겠다. 발이 축축해지는 것 같아 자꾸 발을 문질러주고 있을지 모르겠다. 가을비 오는 날 내 발도 거리로 나가고 싶어 한다. 어쩐지 양말이 젖는 것 같다. 2023년 겨울호 내동시 참깨동시 2023.10.11
내가 잠든 사이 내가 잠든 사이 권영상 깊은 밤 어쩌다 잠에서 깨어 불을 켠다. 책상에 삐뚜름하게 기대어 놓은 가방이 몸을 비튼 해 잠들어 있다.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양말은 쪼그리고 앉아 아직도 슬픔에 잠겨 있다. 밀고 나온 그 모습 그대로 돌아앉아 잠이 든 책상의자. 내가 잠든 사이 불편하게 밤을 보내는 나의 것들. 2022년 겨울호 내동시 참깨동시 2022.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