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2

고물 장수에게 고물을

고물 장수에게 고물을 권영상 늦은 아침을 끝내고 났을 때다. “고물 삽니다. 고물.” 요 앞길로 지나가는 고물장수 트럭의 스피커 소리가 났다. 여섯 집이 모여 사는 을씨년스런 시골 아침이 그나마 파랗게 살아나는 느낌이다. 아니, 그렇게 한가할 때가 아니다. 나는 문을 열고 나가 ‘여기요!’ 하고 트럭을 불러 세웠다. 금방 내 목소리를 듣고 트럭이 멈추었다. “접시 안테나도 받나요?” 대답 대신 트럭이 우리 집 쪽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 사이, 나는 이층 발코니에 뽑아 놓은 접시 안테나를 들고 내려왔다. 일부 부식의 기미가 있는 곳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새것처럼 탄탄했다. 고물장수 아저씨가 쇠막대기로 접시 안테나를 툭툭 치더니 ‘그냥 주세요’ 한다. 그 말에 나는 반색하며 받아주시는 것만도 고맙다며 성큼 ..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애물단지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애물단지들 권영상 일을 보고 오후 4시쯤 전철에 올랐다. 멀쩡하던 날씨였는데, 한강을 건너면서부터 뜬금없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빛을 보아 금방 그칠 비가 아니었다. “비 오네. 어쩌지.” 나는 괜스레 집에다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맞고 오든지. 아니면 출구에서 우산 하나 사들고 오든지.” 아내 답장이 돌아왔다. 급기야 전철은 내가 내려야할 역에 도착했고, 나는 출구를 향해 걸어 나갔다. 전철역으로 들어오는 이들이 빗물 떨어지는 우산을 들고 들어온다. 혹시, 하는 마음에 출구에 나와 사방을 둘러봤지만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 아내 말대로 출구 옆에 우산 파는 분이 있었고, 그분은 머뭇거리는 내 앞에 우산을 내밀었다. 하는 수 없이 우산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