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 3

가을은 혀 끝에서 온다

가을은 혀 끝에서 온다권영상  마당에 길고양이가 눈 똥을 치우고 있는데 어휴, 하며 옆집 수원아저씨가 뭘 한 상자 들고 오신다."안녕하세요? 뭘 이렇게 안고 오세요?"추석 명절 쇠고 수원 아저씨를 오는 처음 뵙는다.우리는 명절이 가까이 오면 그 전에 명절 선물을 서로 주고 받아왔다.그러고 오늘 처음 안성으로 내려왔다. 추석 연휴가 지난 뒤라 명절을 깨끗이 잊고 내려왔는데 수원 아저씨는 그 동안 내게 뭘 더 주실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조금 더 드리고 싶어서요.”데크 난간에 들고온 상자를 어휴, 하며 올려놓았다.봉지째 따오신 포도다.“예. 포도 좀 하고요. 산책하며 주운 밤 좀 하고, 포도밭에 심은 땅콩. 요 얌전한 봉지 속이 궁금하시죠? 짧은 제 실력으로 키운 배 두 알이에요.”수원 아저씨..

27년만의 나들이 – 자유로움에서 풀잎 웃음까지

27년만의 나들이 – 자유로움에서 풀잎 웃음까지 권영상 (시인, 전 한국동시문학회회장) 장혜선 시인이 첫동시집을 낸다는 말을 아내로부터 들었을 때 나도 그 일에 뭔가 도움을 드려야겠구나, 했지요. 장혜선 시인은 제 아내와 아주 오랜 절친이며, 저의 대학 후배이며, 또 동시라는 장르를 함께 하는 동업자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제가 동시를 먼저 쓴 까닭에 ‘축하나 격려의 말씀’ 정도는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근데 보내온 동시집 원고를 받아보고 생각을 고쳐먹었지요. 첫동시집인데 결코 첫동시집 같지 않은, 생각이 깊은 시들로 가득해 뭔가 시를 정리해 드려야겠구나 싶어 시 해설을 쓰기로 했습니다. 장시인은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등단하였지요. 그 후 작품 발표가 없어 능력을 인정받아 보는 걸로 ..

문학비평 2022.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