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이 담장을 넘다 권영상 얼룩말이 차도의 중앙선을 달리고 있다. 나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며 이게 뭔가 싶어 깜짝 놀랐다. 한길에 가득한 자동차 행렬과 그 차량들 사이를 드나드는 얼룩말.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이 두 대상을 조합하느라 나는 잠시 얼떨떨했다. 그러면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얼룩말이 아프리카에서 방금 우리나라로 달려왔다면 이건 너무나 즐거운 상황이다. 아니 얼룩말을 싣고 날아가던 헬기에서 얼룩말이 방금 뛰어내렸다면 이것 역시 너무너무 재미있는 상황이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이건 느닷없이 나타난 어느 초현실주의 설치미술가의 작품일 수 있다. 허공중에 붕 떠 있는 르네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처럼 이 상황은 낯설다. 하늘에서 겨울비 대신 양복쟁이 사내들이 떼거지로 내려오는 그의 대표작 ‘골콩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