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솔밭이 간직한 근현대사의 상처 권영상 고향에 일이 있어 내려갔다. 일보다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마을 동녘 숨은솔밭이다. 숨은솔밭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막기 위해 오래 전 고향사람들이 조성한 소나무 숲이다. 지금은 장성하여 찾아오는 이들 모두 부러워하는 숲이 됐다. 붉은 적송이다. 고향의 이름에 걸맞게 울창하게 성장한 소나무 숲은 늠름하다. 멋스럽고 기품 있다. 마을을 보호하는 방풍림이다 보니 누구도 손대지 않은 자연림에 가깝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삼복더위에도 그 숲에 들어서면 솔바람 소리에 온몸이 서늘해질 정도다. 숨은솔밭이 좋은 건 소나무 때문만이 아니다. 솔버덩이 굵은 모래로 덮여있어 그 그늘에 앉거나 눕는다 해도 먼지 한 점 묻을 일이 없다. 소나무들은, 본디 소나무들이 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