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듣는 밤권영상 창밖에 쪼매만한 상현달이 떴다. 테두리 흔적만 남은 명주실 같이 가는 달이다. 시계를 보니 9시 무렵.나는 어린 상현달에 끌려 다락방에 올라가 창을 열었다.집이 동향이니 달이 보일 리 없다. 대신 건너편 산으로 부는 컴컴한 참나무 숲 바람 소리가가득 밀려온다. 숲 바람은 피아노 연주곡처럼 한 차례 소란스럽게 다가와서는 다시 잠잠해지고, 잠잠해지다가 다시 소란을 떤다.나는 휴대폰에서 쇼팽의 녹턴을 꺼냈다.참나무 초록물이 잔뜩 든 밤바람 소리를 배경으로 피아노 소곡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시작 버튼을 누르고 어두컴컴한 숲을 바라본다.음악을 열면 음악에 빠지기보다 오히려 긴 상념에 빠진다. 나이를 먹어 더욱 생각이 많다. 나의 상념은 음악을 겉돌게 한다. 구성이 복잡할수록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