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을 권영상 가을이 깊어간다. 오솔길 느티나무 숲이 온통 노랗다. 가을이 도심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느팃잎이 떨어진다. 빙그르르 돌면서, 나풀거리면서 곤두박질치듯 떨어져 내린다. 소리 없을 뿐이지 떨어지는 낙엽들도 생애의 마지막 아픔을 안다. 떨어지는 건 때로 아름답다. 하지만 때로 비애에 젖어들게 한다. 가을 여행을 사랑하는 이들도 있지만, 외로운 조락에 눈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다. 가을의 한가운데서 우리는 이태원 참사를 맞았다. 조락의 아픔이 더 없이 크다. 그날 오후, 나는 이태원 입구 한강진역 근처에 있었다. 4시쯤 ‘엘리자벳’을 보고 나오며, 이태원에 잠깐 들러보고 갈까, 그런 생각이 없잖아 있었다. 나는 체격 때문에 가끔 이태원 상가에서 운동화나 구두, 아니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