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그쯤 나이 권영상 “그 사람 몇 학번이지?” 맞은편에서 걸어와 내 곁을 지나가는 두 남자의 말이 귀에 선뜻 들어왔다. 얼핏 보기에 나이가 서로 비슷한 40대다. 재킷을 벗어 어깨에 걸쳤다. 아마 점심을 먹고 직장으로 돌아가는 길인 듯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하나씩 들었다. 문득 보라 아빠가 떠오른다. 그는 ‘당신 몇 학번이야!’ 그런 좀은 상스러운 말을 즐겨 썼다. 그때 내 나이도 40대쯤. 간신히 대출을 내어 조그마한 빌라 3층에 머물러 살았다. 2층엔 호리호리한, 한눈에 보기에도 맑고 선하게 생긴, 그러니까 세상 티끌에 때 묻지 않은 남자가 살았다. 부부 약사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약국을 하고 있었다. 1층엔 조금 전에 말한 보라 아빠가 살았다. 아내와 딸 둘에 아들 하나. 그는 아버지가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