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여름 권영상 30대 후반의 일이다. 그때 내게는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 가까이 지내던 친구가 시골로 이주하겠다고 했다. 그것도 서울서 먼 지리산 근방 산속 마을이었다.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될 자식을 학교 공부에 시달리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그의 말대로라면 반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자연을 접하며 성장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방에서 서울로 갓 올라와 교편을 잡은 나로서는 멀쩡한 직장을 버리고, 자식을 위해 낯선 시골로 내려간다는 그의 말이 듣기에 조금 불편했다. 어디 가든 경쟁이란 있고, 오히려 자식을 세상에 뒤쳐지게 하는, 나중에 자식으로부터 원망 듣는 일이 될 지도 모른다며 나는 그의 결정을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직장을 버리고, 아내와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