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의 대화 권영상 대화는 늘 있다. 그러나 대화를 하고 돌아설 때면 허전하다. 이런 대화에 허덕일 때마다 나는 그대와의 대화를 기다린다. 그대와의 대화는 침묵으로 시작하지만 때로는 경건하다. 대화를 마치고 돌아서면 왠지 평온과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 우리가 늘 하는 대화란 그렇지 않은가. 분위기에 따라 마음에 없는 말을 해야 하고, 자신도 모르게 속 깊이 간직한 비밀을 바보처럼 꺼내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대화가 끝나고 나면 나는 나 자신의 말실수와 바보스러움을 후회한다. “생각 없이 말했어. 그 말 못 들은 걸로 해줘.” 다음 날이면 대개 그런 전화로 대화의 찜찜하고 허전한 마무리를 하기 일쑤다. 그러나 그대와의 대화엔 그런 후유증이 없다. 그대는 내게 충직해 내가 발설한 비밀과 말실수에 언제나 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