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다 2

3월 봄바다

3월 봄바다 권영상 이른 아침 느닷없이 휴대폰이 울었다. 서훈이었다. “선생님, 봄바다 보러 내려오세요.” 갑작스런 전화에 나는 좀 망설였다. 그가 있다는 순긋 해변은 고향 인근 바다지만 서울서 3시간 거리다. 나는 급한 대로 알았다며 일단 전화를 끊었다. 먼 거리인데도 내가 흔들린 건 ‘봄바다’라는 말 때문인 듯 했다. 봄바다도 봄바다이지만 내가 내려가겠다고 한 것은 그가 내 오랜 제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오랫동안 교직에 있었다. 그 어느 무렵 그는 우리반 학생이었고, 대학을 다닐 때나 군에 가 있을 때나 디자인 공부를 하러 외국에 나가 있을 때도 그는 나와 오랫동안 편지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그가 한 때 직장을 그만 둘 때도 그는 나의 조언을 듣겠다며 나를 찾아왔었다. 그때가 벚꽃이 만개할 ..

봄비와 살구나무

봄비와 살구나무 권영상 간밤에 봄비가 왔다. 봄비치고 풍족하게 왔다. 여름비도 좋고, 가을비도 좋지만 비 중에 봄비만큼 좋은 비가 있을까. 봄비는 잠든 풀씨를 깨운다. 그리고 그들을 환한 햇빛 세상으로 이끌어 들인다. 무엇보다 봄비가 하는 가장 놀라운 일은 대지를 푸른빛으로 바꾸어 놓는다는 점이다. 아이들 말로 하자면 요술비가 봄비다. 봄비 그친 뜰에 나선다. 매화도 피고 산수유도 피었다. 건너편 산자락에 드문드문 선 생강나무도 오래 전부터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봄은 봄비가 오기 전부터 이미 와 있었다. 그런데도 마음은 봄을 느끼지 못한 채 머뭇거린다. 매화나 산수유 꽃만으로 선뜻 봄이 왔구나!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봄이 봄이 되려면 적어도 마을에 살구꽃이 피어야 봄이다. 살구꽃이 피어야 고즈넉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