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논 3

도랑물에 띄우는 종이배

도랑물에 띄우는 종이배 권영상 안성에 내려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아내가 쑥 타령이다. 쑥을 캐기엔 지금이 적당한 시기다. 지금이란 벚꽃이 지고 복숭아 과수원의 복사꽃이 분홍으로 필 때다. 아내의 머릿속엔 지난해 이즈음에 캐던 봄쑥이 단단히 입력되어 있거나 아니면 시절을 이해하는 힘이 생긴 듯하다. 멀쩡한 사내가 여자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쑥을 캐는 게 마음 내키지는 않지만 그걸 거절할 배짱도 내겐 없다. 아내를 따라 시장 가방에 음료수며 간식거리를 넣어 들고 지난해에 캐던 그 논벌 그 논둑으로 나갔다. 물을 받아놓아 논엔 물이 찰랑거렸고, 논둑엔 민들레며 냉이 쑥이 한창 크고 있었다. "우리 논엔 약 안 치니까 얼마든지 캐세요. “ 지난해다. 우연히 이 논둑에서 논둑 손질을 하는 주인어른을 만났다. 나는..

모내기를 앞둔 무논 풍경

모내기를 앞둔 무논 풍경 권영상 “쑥 캐러갑시다!” 아내가 또 나를 꼬드긴다. 나는 단번에 거절했다. 이미 보름 전에 한 차례 들에 나가 적당히 쑥을 캐었는데 또 쑥이라니! 나이 먹은 사내가 쑥 캔답시고 들로 나다니는 모양이 내가 생각해도 우습다. 아내는 아내대로 집에 갇혀 지내는 일이 갑갑하기도 하겠지만 나는 돌아섰다. 그럼, 나 혼자 나간다. 하더니 얼마쯤에 보니 정말 나가고 없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가 나중에 무슨 구설을 들을까 싶어 하던 일을 놓고 집을 나섰다. 보나마나 혼자라면 인가가 있는 쪽일 것 같아 그 쪽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아니나 다를까 집 근처 공터에 아내 모습이 보인다. 나는 아내와 논벌이 바라보이는 언덕에 섰다. 모내기가 다가오는 시기라 논마다 가득가득 물을 대어 놓았다.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