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지붕집의 한바탕 풍경 권영상 아니나 다를까, 안성집에 내려와 보니 길 건너 빨간지붕집 마당에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다. 그 집 부부의 열렬한 성향으로 보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내일 모레가 크리스마스, 내일이 이브다. 시간이 오후 쪽으로 기울수록 그 집 마당이 부산해진다. 주말을 피해 크리스마스를 앞당겨 즐기려는 모양이다. 차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아내의 여자 형제가 여섯이라던 그 집 남자의 말이 떠오른다. 웬걸! 저녁을 먹고 난 뒤에 보니 울담을 빙 돌아가며 달아놓은 등에 불이 환하게 켜졌다. 마당 한가운데에 세워진 트리엔 색색의 불이 반짝였다. 이윽고 그 집 성능 좋은 스피커에서 목청 좋은 ‘안동역’이 흘러나왔다. 추운 겨울밤을 녹일 듯 요 작은 마을이 들썩인다.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