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시간 부자가 되시기를 권영상 책상 위에 모래시계가 있다. 그것은 언제나 내가 쓸 만큼의 시간을 담고 있다. 늘 애용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정지한 채 책상 위에 머물게 한다. 그의 시간은 시계처럼 막무가내로 나를 이끌고 가지 않는다. 내가 요구할 때 요구한 만큼 흘러가다 때가 되면 멈춘다. 모래시계가 내게로 온 건 몇 년 된다. 그때 나는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었다. 갑자기 직장이 없어지자, 주체할 수 없이 많은 시간이 밀려왔다. 시간의 홍수 속에서 나는 허우적거렸다. 책을 읽건 놀건 컴 앞에 앉건 한번 시작하면 시간의 늪에 빠져들어 끼니를 잊거나 삽시에 일몰을 맞고는 했다. 그러면서도 뭐가 그리 바쁜지 요의가 느껴지면 내 방에서 화장실까지 불과 몇 미터를 달려가고 달려왔다. 시간은 풍족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