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감주나무 2

비 내리는 날의 풍경

비 내리는 날의 풍경 권영상 창밖에 비 내린다. 장맛비다. 빗소리가 아파트 마당을 꽉 채운다. 빗소리 외에 다른 소리가 들어설 자리 없이 오후가 요란하다. 창가에 서서 그 먹먹한 비를 내다본다. 아파트 마당가에 둘러선 모과나무, 감나무, 느티나무 가지들이 활처럼 휘었다. 나는 우산을 펼쳐들고 길에 나섰다. 오늘 같이 비 내리는 날 찾아가 볼 데가 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갤러리다. 갑갑한 생각을 뒤집어 보려고 가끔 찾아갔었다. 아니 더욱 솔직하게는 그림에 대한 감수성을 잃을까봐 찾아가곤 했다. 비는 갈수록 거칠어진다. 방향을 잃은 짐승처럼 휘몰아친다. 비는 신발이며 바짓가랑이를 적시더니 어깨며 등까지 집어삼킨다. 우산대를 잡고 비에 맞서는 일은 즐겁다. 요 근래 이렇게 쏟아지는 폭우는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