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건너는 방식 권영상 점심 뒤면 대개 동네길을 한 바퀴 돈다. 그건 순전히 코로나가 번창하면서부터다. 사람을 만나러 나갈 기회가 적어진 만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 시간의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버릇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다. 그러나 추운 바깥나들이는 나를 불편하게 한다. 나처럼 몸이 마른 체형은 추위에 약하다. 스치는 바람에도 온몸을 부르르 떤다. 상체가 약해 더욱 겨울몸살이 심하다. 그런데도 올겨울은 다르다. 외출이 즐거울 정도다. 옷이 좋아진 때문도 있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내의 덕분이다. 내의를 입은 적이 가물가물하다. 안 입은 지 대충 30여년은 된 것 같다. 그때 그 허세를 떨던 젊은 시절엔 메리야스 내의를 입는 게 아내 보기에 창피했다. 끝내 나는 속으로는 떨면서 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