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엔 속도가 없다 권영상 호젓한 오솔길이 좋다. 낯선 산을 오를 때면 곧게 만들어 놓은 길보다 그 산 뒤편에 숨어있는 오솔길을 찾아 걷곤 한다.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이 좋다. 어린 생강나무나 단풍나무가 내 얼굴을 건드려 보려고 가지를 벋거나 내 발을 걸어보려고 뿌리를 슬쩍 드러내는, 그런 장난끼 있는 오솔길이 좋다. 나는 그들의 장난에 걸려들다가도 허리를 숙이거나 빙 에돌아 피해 가기도 한다. 그러나 오솔길 걷기가 진짜 좋은 건 오솔길의 구불구불함 때문이다. 구불구불하기 때문에, 이를테면 1분에 갈 거리를 5분에 간다. 더디 가는 길이 오솔길이다. 오솔길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낸 길이 아니다. 그냥 그 산의 생김새에 맞게 누군가에 의해 생겨난 길이다. 언덕이 있으면 올라가고, 올라가는 일이 힘에 부치..